멍때리기 대회가 있는 이유는? 멍때리기도 능력일까

우리는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이런 상태를 ‘멍때린다’고 표현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멍때리는 것’을 겨루는 ‘멍때리기 대회’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멍때리기도 능력일 수 있을까요?

1. 멍때리기 대회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멍때리기 대회는 2014년 웁쓰양 작가에 의해 처음으로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이후로 여러 곳에서 개최되어 왔습니다. 한강 멍때리기 대회는 2016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개최되었습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 대전, 인천, 제주, 광주 등지에서도 멍때리기 대회가 계속해서 열리고 있습니다.

‘멍때리기 대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특별한 행동도 하지 않은 채 일정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는 방식의 행사입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퍼포먼스처럼 보이지만, 이 대회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단순한 재미 때문만은 아닙니다.

멍때리기 대회가 생긴 배경

멍때리기 대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점점 사라지는 환경 속에서 등장했습니다. 우리는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무언가를 보거나, 듣거나, 판단하거나, 반응하는 데 사용합니다. 휴식조차도 ‘잘 쉬어야 한다’는 과제가 되어버린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멍때리기 대회는, 성과나 결과와 무관한 시간을 공식적으로 허락하는 장치처럼 작동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규칙이 되는 상황은 일상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쉬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몸을 멈추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뭔가 해야 할 것 같다’는 내부 신호를 견디는 일입니다.

2. 멍때리기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음’일까

멍을 때린다고 하면 머릿속이 완전히 비어 있는 상태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경험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의 멍때림에는 어떤 이미지, 기억, 느낌이 희미하게나마 떠다니고 있습니다.

완전히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순간은 오히려 드뭅니다. 멍은 생각이 사라진 상태라기보다, 생각이 정해진 방향 없이 흘러가는 상태에 더 가깝습니다.

사람이 가만히 앉아 있거나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때도, 뇌의 활동이 멈추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해야 할 일, 목표, 판단 같은 ‘과제 중심’ 사고가 약해질 뿐입니다.

멍때림을 ‘생각이 없는 상태’로 이해하면, 이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보게 됩니다. 실제로는 생각이 멈춘 것이 아니라, 목표에서 벗어난 방향으로 이동했을 뿐입니다.

해야 할 일에서 벗어나 과거 장면이 떠오르거나,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상상이 이어지는 순간들은, 뇌가 방향을 느슨하게 풀었을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3. 멍때림은 게으름이 아니라 자동화

멍때릴 때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의식적인 통제가 줄어들고, 이미 만들어 둔 자동화된 방식이 더 많이 사용됩니다.

숨 쉬기, 걷기, 자세 유지 같은 기본적인 행동은, 대부분 의식적 지시 없이도 자동으로 이루어집니다.

익숙한 길을 걸을 때,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어떻게 왔지?’ 하고 느끼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 사이에 우리는 수많은 판단을 했지만, 그것을 거의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때 뇌는 하나하나 의식적으로 조절하기보다, 이미 학습된 자동 반응을 사용합니다. 멍때림은 이런 자동화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드러나는 상태입니다.

반복되는 행동, 일정한 리듬, 익숙한 환경은 멍때림을 더 쉽게 만듭니다. 새롭고 긴장되는 상황에서는 뇌가 목표 모드에 머무르기 쉽지만, 익숙한 상황에서는 흐름 모드로 전환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멍은 무능이나 태만의 표시라기보다, 뇌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선택한 작동 방식 중 하나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4. 뇌는 왜 가끔 ‘비워진 상태’를 선택할까

하루 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와 자극을 처리합니다. 해야 할 일, 봐야 할 화면, 들어야 할 말들이 끊임없이 쌓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뇌는 항상 같은 강도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때때로 방향을 느슨하게 풀고,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전환합니다.

멍때릴 때,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생각이나 과거 장면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무작위라기보다, 아직 정리되지 못한 정보들이 표면으로 올라오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집중 상태에서는 밀려났던 생각들이, 방향이 풀린 상태에서 하나씩 떠오르기도 합니다.

멍때림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정지 상태로 보면, 이 현상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멍은 ‘멈춤’이라기보다, 정리를 준비하는 대기 상태에 가깝습니다.

뇌는 계속 앞으로만 달리도록 설계된 기관이 아닙니다. 때때로 속도를 줄이고 방향을 풀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멍때림은 그 전환 구간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5. 멍때리기도 능력이 될 수 있을까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쉬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몸을 멈추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뭔가 해야 할 것 같다’는 내부 신호를 견디는 일입니다.

뇌는 평소에 목표, 과제, 자극에 맞춰 작동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외부에서 아무 요구가 없을 때에도,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생각이 계속 떠오르고, 자세를 바꾸고 싶어지고, 시간을 확인하고 싶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는 ‘쉬운 상태’가 아니라, 평소 사용하지 않던 방식으로 뇌를 두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멍때리기 대회에서 평가되는 것은 단순한 무기력이 아닙니다. 일정 시간 동안 큰 움직임 없이, 과도한 반응 없이,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멍때림은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라기보다, 자극이 적은 환경에서도 자신을 과도하게 몰아가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이는 집중과는 다른 종류의 안정성과도 연결됩니다.

그래서 멍때림은 무능력의 표시라기보다, 특정 조건에서 작동하는 하나의 유지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6. 우리는 멍을 없애야 할까, 이해해야 할까

멍때림은 흔히 교정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멍은 게으름, 무기력, 집중력 부족의 증거처럼 해석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멍이 나타나는 맥락과 역할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멍은 항상 회피나 포기의 신호가 아니라, 뇌가 스스로의 상태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전환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계속 집중해야 정상”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있지만, 뇌는 그런 방식으로만 작동하지 않습니다. 집중이 오래 유지되면 자원은 소모되고, 자극은 포화되며, 처리 속도는 느려집니다. 이때 멍은 멈춤이 아니라, 다음 상태로 넘어가기 위한 조정 구간처럼 나타날 수 있습니다.

멍을 작동 방식으로 이해하는 관점

멍을 하나의 작동 모드로 보면, 그것은 뇌가 환경과 자원 상태에 맞춰 강도를 조절하는 과정의 일부로 볼 수 있습니다. 집중, 자동화, 멍때림은 서로 단절된 상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전환되는 연속적인 흐름에 가깝습니다.

멍한 순간을 느낄 때, 과도한 자극, 장시간의 집중, 감정적 소모가 누적되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멍은 단순히 “잘못된 상태”라기보다, 현재 상태가 어떤 방향으로 기울어졌는지를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Leave a Comment